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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팥죽

어르신~ 뭐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하고 물으니 우리 어르신들 모두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주로 아무 말씀을 못 하신다. 그러다 어쩌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났나 보다. 뭘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팥죽을 떠올리고 먹고 싶다고 하신다. 우리 집에서 팥죽은 동지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아무 때나 어쩌다 어르신들이 가끔 떠올리는 맛난 음식이다. 다행히 근처에 아주아주 맛있는 팥죽을 전문으로 하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 2인분을 주문하면 우리 어르신들의 간식시간이 풍성하고 행복해진다. 간식 메뉴가 바뀌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인생사 계획대로만 되던가;; ​ 오늘 우리 어르신들은 한 그릇의 팥죽으로 행복하다. 그 환한 얼굴에 우리 직원들도 행복하다.

우리집 이야기 2024.02.28

비오는 날엔 빈대떡

(어르신 시점) 눈비가 섞여 내리는 오늘 오늘의 간식은 빈대떡이다. ​ 연일 우중충한 날씨에 가뜩이나 무거운 몸은 더 기운이 없다. 이 맘을 아는지 자꾸만 와서 종알거리는 딸년이 귀찮기도 하다. 이렇궁 저렇궁 자꾸만 물어보고 종알종알 노래도 부르고 하는 모습에 그냥 웃어주었다. 밖에 날씨가 어쩌고 하더니 빈대떡을 부쳐 먹자고 꼬신다. 못 이기는 척, 그러자고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고소한 기름냄새가 나고, 얘들이 왔다 갔다 거리더니 빈대떡을 한 상 차려 놓는다. 순간 언제인가 가물거리던 때가 스치고 지나간다. 아~ 놓쳤다. 언젠가? 얼마나 지나왔나? 떠올리기도 전에 잊히고 환한 얼굴로 다정한 눈빛으로 빈대떡을 드리미는 탓에 녹두전 맛에 내 얼굴에 번진 미소 뒤로 뭔가 떠오르는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집 이야기 2024.02.21

우리 집 저녁시간

용현노인생활가정의 어르신들은 저녁식사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식사 후 개인위생, 개인 활동... 사실 우리 어르신들은 혼자 있는 것을 아주 싫어하십니다. 함께 모여있는 것을 좋아하시고, 딸 같은 직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분주한 일을 마치고, 어르신 곁으로 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텔레비전을 함께 보는 것을 아주 좋아 하시지요. 이때에도 조용히 감상하는 법은 없어요. 뉴스 건, 드라마 건 우리들은 그 내용이나 배경을 설명하고 감탄하고 격하게 공감하며 즐긴답니다. 대개 이런 모습이지요~

우리집 이야기 2024.02.19